2015년 8월 10일 월요일

'굶어죽은 개' 퍼포먼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277&aid=0003322392&sid1=001




굶어 죽은 개를 전시한 코스타리카 예술가가 있다.

기예르모 베르가스(Guillermo Vargas)는 지난 2007년 'Codice Gallery'에서 병든 유기견을 데려다가 전시회장 한 구석에 묶어놓고 죽을 때까지 물과 먹이를 주지 않은 채 닿을 수 없는 곳에다가 사료로 메시지를 적어놓은 '작품'을 전시했다.

논란이 일자 베르가스는 니카라과 출신의 가난한 부랑자가 자동차 수리점에서 도둑질을 하다 개 두 마리에게 물려죽은 사건을 두고, "이 작품은 그 부랑자에 대한 헌정물이다"라고 밝혔다. 

"거리에서 굶어 죽어가는 부랑자에게는 관심 없는 사람들이 깨끗한 전시회장의 개를 보고서는 관심과 동정을 던지는 위선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는 것"이다.

결국 전시회장의 개는 다음날 죽었고, 베르가스는 이를 '굶어 죽은 개'로 명명했으며 2008년 중앙아메리카 비엔날레에서 이와 같은 전시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이 전시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르가스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던 개는 그날 가장 살아있었다"고 말하며 "'굶어 죽은 개'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한 예술의 준비 단계일 뿐"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베르가스의 블로그에 무차별 사이버테러가 가해지고 자택에도 베르가스의 작품에 반대하는 무리가 찾아오는등 '굶어 죽은 개' 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자 그는 "다음 전시회부터는 보건소에서 도살당할 개를 사용하겠다. 돕고 싶은 사람은 자유롭게 데려가도 좋다"고 전했다.

예고한 대로 미술관에는 '굶어 죽는 개'가 전시되었고 많은 인파가 몰렸다. 하지만 '굶어 죽은 개' 앞에 세워진 팻말에는 지난번과 달리 "돕고 싶은 사람은 자유롭게 데려가세요"라고 적혀있었다.

팻말을 본 사람들 중 한 노부인이 개를 데려간다고 말하자, 베르가스가 목줄을 풀어 노부인에게 건네줬다. 이에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자 베르가스는 "오늘은 열마리 데려왔으니까 이제 아홉마리 남았다"라며 또 다른 개를 '굶어 죽은 개' 자리에 앉혔다.

이에 사람들은 앞 다퉈 서로 데려가려고 손을 들었고, 베르가스는 결국 준비한 열마리의 개를 모두 나누어주고 전시회를 마쳤다. 

이후 몇 번의 같은 전시회를 개최했으나, 관람객들이 모두 개를 데려가는 바람에 '굶어 죽은 개'는 완성되지 않았다. 

전시회가 매스컴 보도와 더불어 점차 유명해질 무렵 베르가스는 "이제부터 일어날 사건을 기대하라"는 말을 남긴 채 돌연 전시회를 그만두었다.

베르가스의 이러한 기행은 일시적으로 회자됐으나 곧 잊혀졌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개월 후 각지의 공원에 야위고 쇠약해진 개들이 나타났고 개들의 앞에는 "돕고 싶은 사람은 자유롭게 데려가세요"라는 팻말이 세워졌다. 

베르가스의 '굶어 죽은 개' 전시회 당시 유행을 따르거나 분위기를 타서 착한 척 했던 사람들이 개를 기르는 데에 싫증이 나자 베르가스의 방법을 따서 그대로 내 놓은 것이다.

결국, 전시회 당시 한 번도 완성되지 않았던 '굶어 죽은 개'는 수 개월 후 여러 사람의 손에 의해 완성되고 말았다.

방종민 인턴기자 kdkd065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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